Endless Summer

Endless Summer

2023.07.13 ~ 2023.09.27

전시소개

《Endless Summer》

2023. 07. 13 - 09. 27

이영림, 김지은

 

갤러리로얄










'Endless Summer'_이영림, 김지은


눈부신 빛의 에너지가 가득한 여름, 갤러리로얄은 이영림, 김지은 2인 전 ‘Endless Summer’를 개최한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 지점을 셰이프트 캔버스(Shaped Canvas)’ 라는 실험으로 제시하는 이영림 작가의 작품과 형과 색의 엄격하고도 다이내믹한 조화를 추상 회화로 풀어내는 김지은 작가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선보인다. 두 작가는 각자만의 독자적 영역에 서 있지만, 형과 색에 대한 본질적 감각과 조형성, 공간과 시각에 대한 관심을 공유한다. 전시 제목 ‘Endless Summer’는 끝없이 확장하며 새로운 의미와 감성의 영역으로 이어지는 두 작가의 작품에 주목한 주제이다. 두 작가는 작품 에서 특정 대상과 주제를 표상하기보다 추상적 조형 요소의 상호작용과 공간 속 조응하는 구조 등에 주목하여 작품의 의미를 열린 결말에 두며, 흥미로운 상상의 영역을 펼쳐낸다. 더불어 두 작가는 이 갖는 의미들을 탐구하고 작품에 깊고 아름다운 감성의 영역을 담아낸다.

이영림은 근 10년 이상 나무를 자유로운 기하학적 형상으로 잘라내어 벽에 다각도의 방향으로 연출하는 주요 연작 셰이프트 캔버스를 비롯하여 나무 조각들을 다양한 형태로 집적하여 물감을 켜켜이 쌓는 집적시리즈들, 크고 작은 다양한 조각, 설치 작업에 집중하면서 공간 속에서의 시각과 인지, 보는 방식과 경험, 회화적 평면성과 조각적 물성의 경계를 연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쾌하면서도 자유로운 연출이 돋보이는 새로운 셰이프트 캔버스 연작 약 15점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전시장에서는 생동감 있는 다양한 색을 입은 비정형의 나무 캔버스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의 셰이프트 캔버스는 나무를 깎아 만든 조각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대부분 표면을 정면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벽에 걸린다. 이로써 나무의 물성을 지닌 캔버스는 전통적 회화의 근본적인 성격인 정면성을 획득하며, 동시에 다각형 프레임의 조각으로서 공간과 유기적 관계를 갖게 된다. 이영림이 정형적 프레임을 다각형으로 파편화하고 추상 형상으로 변형하는 것은 회화 에서 의미를 완결하여 보는 이들에게 단선적 시각으로 제시하는 기존 회화의 개념을 해체하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과 공간, 보는 이의 시각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인지적 과정에 큰 관심을 둔다. 작품이 놓이는 실제 현장의 공간, 공간의 성격과 관람하는 주체의 시각을 더해 작품의 의미가 형성되어가는 현전성(presence)’은 이영림의 작업에서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예술 작품에서 환영을 제거하고 조각을 재현에서 해방시키려는 시도로 회화도 조각도 아닌 특정한 사물을 지향하며 형성했던 미술사조 미니멀리즘은 그전까지 중요하게 여겨졌던 작가성, 작가가 완성해놓은 환영을 감상하는 것을 벗어나 작품의 의미를 공간 속 경험으로 확장하면서 공간 자체를 하나의 인식과 인지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미술사의 획기적 변화의 지점으로 논의된다. 이영림의 작업은 공간 속 관람자의 신체, 시각과 인지를 고려하며 작품 내적인 의미를 외적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미니멀리즘의 연극성, 현전성에 접목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작품의 의미가 보는 이들의 체험적 시각에 의해 완성되어간다는 점, 어떤 공간에 놓이는지에 따라 상당히 다른 맥락을 만든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지점에 있다.

그러나 이영림의 작업은 의도적으로 작가성을 배제하기 위해 공산품으로 제작할 정도로 극도의 사물성을 강조하였던 미니멀리즘의 덩어리와 매우 거리가 있다. 그 차이는 바로 이영림 작품의 의 사용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그가 사용하는 색채는 여름의 바다가 갖는 깊이를 생각하도록 한다. 뜨거운 태양으로 유난히 맑은 물결과 그 깊이가 비추어 보이는 바다는 이영림 작품 표면의 색과 그 레이어를 상기시킨다. 작가는 화이트 캔버스의 표면이 아닌 나무 위에 색을 입힌다. 나무는 각 나무의 생장 상태에 따라 특유의 결이 있는 유일성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나무의 결을 깊이 품은 셰이프트 캔버스 위에 겹겹이 매우 섬세하게 채색한다. 화면에 층을 주는 의도적인 붓자국과 깊이를 강조한 색의 농담은 마치 한지를 겹쳐 놓은 것 같이 투명하기까지 하는데, 이는 마치 심연의 바다를 밝은 태양이 비추는 것 같은 맑고도 깊은 감성을 구현한다. 작가는 각 캔버스마다 다른 느낌의 색을 주어 캔버스의 형태와 다양한 색의 상호작용을 통해 미묘하고 섬세한 경험을 유도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작품을 보는 이들은 기하학적 형상들이 제시하는 자유로운 공간의 이러한 서정성을 공유하게 된다. 이영림 작품의 현전성은 작가의 궤적과 작품 속 환영을 완벽하게 배제하려 시도했던 미니멀리즘의 건조한 사물성과는 거리가 있다.

다채로운 색의 사용과 더불어 셰이프트 캔버스의 형태 자체도 보는 이들에게 깊이 있는 감성을 이끌어낸다. 사각형 프레임의 철저함과 완벽함을 무너뜨린 작가의 캔버스는 마치 생명력을 지닌 것 같이 곡선으로 휘어져있기도 하고 비뚤배뚤 아이가 그린 서툰 도형처럼 유머러스한 형태를 갖기도 하는데, 이는 불완전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끝없이 확장되는 생명력을 상기시키면서 따듯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보통 회화에서 사각의 프레임을 볼 때 시선은 중심을 향해 먼저 도달하고, 프레임 안에서 어떤 형상을 찾기 위해 시선은 천천히 움직인다. 이영림의 비정형의 프레임은 보는 이가 시선을 어느 한 지점에 정착하려고 하다가 지속적으로 실패하여 다른 지점으로 옮겨가게 된다. 더불어 각기 다른 높이에 자유롭게 배치된 캔버스들을 보면서 시선은 마치 춤을 추듯 자유로운 다각형의 프레임 선을 따라 공간 속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이영림의 작업은 심상을 자극하는 색과 형태를 통해 보는 이가 적극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한다. 공간 속 다양한 방향과 흐름을 제시하는 셰이프트 캔버스를 통해 깊은 울림이 있는 감성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은은 초기 작품에서부터 의 순수 조형 요소들이 캔버스의 내에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깊은 상상의 영역에 많은 관심을 두어 탐구해왔다. 작가는 다채로운 색과 기하학적, 유기적 형상들이 조화, 병치, 대비를 이루며 자유롭게 얽혀있는 추상 회화를 주요 작업으로 이어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견고하면서도 자유로운, 개성 있는 형태들로 구성된 추상 형상들과 빛을 머금은 듯 생동감 있는 색이 돋보이는 회화 작품 10여 점과 독특한 상상력과 구성이 주목되는 디지털 페인팅을 선보인다.

김지은은 수년 째 회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데, 사실 아주 오랜 시간 음악을 공부했고 음악가가 되기 위해 긴훈련을 마친 이후 시각 예술가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작가가 음악가에서 미술가로 선회한 점, 순수 추상 회화를 지향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음악적 요소들과 연관되어 종종 언급되었고 칸딘스키의 추상화 와도 연결되어 왔다. 작가는 특정 대상과 스토리에서 출발하는 재현의 영역이 아닌 개성있는 형과 색 만으로서 순수하게 추상적 화면을 구성하는데, 이 형상들이 결합되어 만들어내는 리듬감과 긴장감, 조화로움과 균형감 등에 대한 감각에 깊은 관심이 있다. 만약 어떠한 스토리가 형성된다면, 그것은 작가가 제시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화면에 채워진 조형 요소들을 접한 감상자의 시각에서 느껴지고 해석되는 지점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순수 조형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점은 음악적 요소에서 볼 수 있는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조화와 긴장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부분은 그가 음악가로서 지내왔던 시간에 대한 필연적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접점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작가 자신도 음악과 시각 예술의 관계를 비교해보고 이를 자신의 작업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지만, 음악이라는 요소가 하나의 클리셰처럼 자신의 작업을 손쉽게 설명하는 거름망이 되는 것에서는 경계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는 오히려 음악은 제시된 악보에 의한,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라고 의식하며 음악은 찰나의 움직임과 소리로 한정된 시간의 흐름 속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시각 예술은 오랜 시간을 담은 기록의 결과이며 시간적으로 영원히 존재하는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 둘은 상당히 다른 층위의 예술임을 인식하고 있다또한 김지은의 작업은 칸딘스키의 순수 추상과 음악성에 종종 접목이 되는데, 작가의 작업은 음악에서 얻은 정신적 감화를 색과 형으로 다소 표현적으로 나타낸 칸딘스키의 추상화와도 사실상 간극이 있다고 생각된다. 김지은의 작업은 예를 들어, 청각을 개인적 감성을 거쳐 시각화한 칸딘스키의 <컴포지션>연작과 비교하여 더욱 색과 형 자체에 대해 집중하는 작업인데, 때로 개인적 감정과 직관들을 마치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절제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작가는 조형 요소들의 복잡미묘한 상호작용을 다각도로 생각하여 화면을 채운다. 그의 작업은 조형요소들에 대한 엄격할 만큼 긴 사고의 과정을 담은 결과물이다. 김지은은 하나의 선을 며칠에 걸쳐 그어내기도 하고 작은 한 작품을 1년 내내 붙잡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붓을 화면에 대는 시간보다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오랜 생각에 시간을 보낸다. 이는 작가가 스스로 언급했듯, 작품 속 영원한 시간을 배태하기 위한 고된 기다림의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김지은은 작업의 과정에서 삶의 스토리와 희로애락을 완벽히 제거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 감정과 이념, 삶의 흔적과 스토리를 최대한 덜어내고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상상의 세계, 흔들림 없이 존재하는 파라다이스와 같은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과감한 원색과 은은한 파스텔톤의 다양한 조화로 가득 찬 화면을 통해 강한 에너지와 편안함을 제시하며, 보는 이들은 현실의 경계가 없는 감각의 장으로 빠져들게 된다. 만약 김지은의 작품에서 만나게 되는 풍부한 색과 형상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의미 또는 완성된 결론을 찾거나 작가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와 관련한 작가의 의도에 집중한다면, 보는 이들은 미궁에 빠질 수 있다. 김지은의 작품은 종결되지 않는 의미를 향해 열려있는 즐거운 통로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추상 형상들은 보는 이의 개별적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공간을 품어나간다. 작품의 의미 또한 영원히 미결의 상태로 증식 또는 쇠퇴하면서 변화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갤러리로얄 김지예 큐레이터

 

 

 

 

작가소개

이영림Young Rim Lee
김지은Jieun Kim

작품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