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4 ~ 2023.07.08
전시소개
갤러리로얄 5월 기획전
Room of Inpiration
2023. 5. 4 - 7. 8
*Opening Reception: 2023. 5. 11 THU 5:00 p.m
김성수, 김지은-STUDIO NOUER, 빈우혁, 이동기, 임정주, 허윤희, 한결
Room of Inspiration
갤러리로얄 김지예 큐레이터
신비로운 예감이나 창의적인 발상, 삶에 터닝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여러 생각들. 여러분은 삶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영감’의 영역으로 얼마나 자주 여행하나요? 딱딱한 회색 건물이 즐비한 도시
속 고단하고 바쁜 시간 안에서 우리는 대부분 나만의 풍성한 내면의 움직임인 영감을 잠시 잊고 살아갑니다. 갤러리
로얄은 여섯 작가의 깊이 있는 통찰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건조한 우리의 삶에 쉼표를 주고 각자 마음의 통로를 찾기 위해 특별한 방을 마련하였습니다. 드로잉, 회화, 목가구, 식물 설치의 여섯 작가 김성수, 김지은, 빈우혁, 이동기, 임정주, 허윤희는 잃어버린 우리의 자유로운 감성과 내적 에너지를 회복할 여섯 갈래의 작은 길들을 안내합니다.
성찰의 길. 김성수 작가는 초기 작품에서부터 꾸준히 도시,
현대인, 정서적 빈곤과 소외, 바니타스의 개념에
대해 탐구해왔습니다. 창백하고 메마른 익명적인 인물상, 화려한
도시 속 공허한 그림자들인 과도한 조명과 차가운 건축물 등을 회화로 표상하면서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끈기 있게 질문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상상의 길, 이동기 작가는 2000년대부터 오랜 시간 ‘만화’의 자유로운 이미지와 초현실주의적 발상을 근원으로 한 회화 작업에
매진해왔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지속된 서브컬쳐(하위문화)에 대한 관심과 소위 ‘주류’의
흐름에 얽매이지 않는 작업 태도를 통해 작가만의 캐릭터 소재들을 구축해 왔습니다. 현재는 ‘한국의 팝 작가’, ‘아토마우스(아톰+미키마우스)의 창시자’라는
수식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맥락으로 등장하는 아토마우스는 눈이 부실 정도로 선명한 아름다운
원색의 회화들로 표상됩니다. 이동기는 종종 저항적, 사회적
캐릭터를 그리는 팝 작가로 해석되어 오기도 했는데요, 작가는 특정 사회적 이슈, 맥락에 대한 발언이나 무겁고 날카로운 ‘개념’을 싣는 것을 지양합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작품이 항상 풍부한 상상의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텍스트”가 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허무는 꽃밭을 마음껏 점유한 아토마우스 연작과 에너지 넘치는 붓질과 컬러가
돋보이는 추상 작품을 펼칩니다. 상상의 바다와 같은 대형 추상 작품 속 비정형적 이미지들과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우스꽝스럽게 흘러내리는 형상의 아토마우스에서는 초현실주의적 상상, 무의식과 우연에 관한 작가의
자유로운 발상을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붓질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선명한 표면 작업을 통해
화면의 형상과 색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의 흔적과 아우라,
거대한 ‘개념’에 파묻힌 예술 작품이 아닌, 어린 시절 우리가 보았던 자유롭게 흘러가는 티브이 속 만화의 한 장면과 같이 편안하고 즐거운 상상을 허용하는
이동기 작가의 작업은 각자의 마음 속 길에 잠자고 있는 다양한 상상을 이끌어냅니다. 엄격한 규율과 규칙, 정해진 해석과 답을 찾아가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작가가 안내하는 상상의 길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온기를 찾아가는 길, 허윤희 작가는 생명의 근원인 ‘자연’의 넉넉하고 따듯한 품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드로잉과 회화
작품으로 담아왔습니다. 나뭇잎과 뿌리, 물, 땅과 같은 생명에 관한 소재와 더불어 멸종 위기의 동식물과 녹아 내리는 빙하 문제와 같은 묵직한 화두들도 작품에
표상해왔습니다. 허윤희의 작업은 유화, 아크릴 회화 뿐 아니라
자연 재료인 목탄을 주 재료로 사용한 목탄 드로잉이 주요한데, 음영의 섬세한 변화와 작가의 궤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드로잉일 통해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정서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색은 없지만, 투박하면서도 강한 힘을 지닌 목탄의 선들은 꾸밈없는 자연의 모습을 닮아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무 뿌리, 흙에 맞닿은 발, 날아가는 새, 배추 이미지 소재의 목탄 드로잉을 중심으로 선보입니다. 목탄의 굵직한 선으로 표현된 질기게 얽히고설킨 나무 뿌리에서는 자연의 단단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데, 뿌리의 표현 만으로도 강한 자연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또한 인간의
맨 발과 땅의 식물에 얽혀 있는 모습에서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도록 합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배추는 화려하지 않지만 소중한 자연이 선물해 준 일용할 양식과 일상의 기쁨을 떠올리도록 합니다. 허윤희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물질 중심의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각종 공해와 자연 파괴, 훼손을 일삼는 인간의
행위를 뒤돌아보고, 함께 공존하며 꼭 지켜나가야 할 자연의 ‘온기’를 떠올려보는 길을 안내합니다.
치유의 길. 깊은 숲 속, 눈을 감으면 새들의 소리와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만 들립니다. 따듯한 햇빛 속 흙과 나무의 향이 코끝을 지나가면 어두웠던 시간들은
점차 옅어집니다. 빈우혁 작가는
오랜 시간 삶의 안식처로서의 숲을 회화로 표상해왔습니다. 초기 작업에서는 주로 목탄을 주재료로 한 흑백
숲의 전경들을 표현했고, 점차 다양한 층의 색을 활용하여 숲과 나무,
연못 등 숲 속의 여러 장면들을 그려왔습니다. 빈우혁의 숲은 복잡한 사회적 이슈들이나 심오한
철학적 상징을 담은 일종의 ‘만들어 낸 숲’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삶의 어둡고 막다른 골목골목마다 유일하게 품어주는 숲의 품을 경험해왔는데, 숲을 그리며 갖가지 감정들을 투영하고 표현하기 보다는 침묵 속에서도 항상 위로를 주었던 숲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담담히 그려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숲 속의 웅덩이, 연못과
같은 ‘물’을 신비로운 색으로 나타낸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물’을 바라볼 때 평안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작가는 숲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물을 화면 가득 담아 표면의 섬세한 변화와 움직임을 포착해냅니다. 보라 빛과 푸른 빛의
감각적인 조화가 돋보이는 물의 표면은 한없이 깊은 시간을 담고 있는 듯 몽환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작가에게
숲이 그러했듯, 누구나 공평하게, 말없이 받아주는 숲을 상상하면서
현실의 답답함을 조금 잊어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생명의 길, 김지은 작가는 각종 식물들,
꽃과 나무의 생태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오면서 크고 작은 다양한 식물 작업들을 선보여왔습니다. 작가는
각 식물이 갖는 선과 색, 형태를 조형적으로 해석하고 관찰하여 이를 섬세하게 조합하는 일종의 ‘식물 조각’들을 만들어냅니다. 작가는
환경을 풍요롭게 하고 주변을 장식하는 단순한 ‘조경’의 개념과
의미를 넘어섭니다.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위해 폭넓게 자연의 재료들을 활용하는데, 버려진 커다란 나무 조각을 주워 식물과 꽃 한 가운데 꽂거나 거대한 산과 같은 구조물에 수많은 이끼들을 안착시키는
등 조형 예술가의 맥락에서 식물이 갖는 무궁한 가능성을 탐구해왔습니다. 그러나 김지은은 식물을 하나의
재료로서 ‘활용’하는 것을 지양합니다. 작가는 각 식물의 특성과 생태를 예민하게 고려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들을 까다롭게 맞추어 이를 해당
공간에서 숨쉬도록 하며 길러냅니다. 각 공간의 조건에 따라 식물의 종류, 설치 방식이 달라지는 것도 작가가 늘 세심하게 고려하는 부분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에 스케일을 강조한 우뚝 솟은 기둥 형상의 식물 작업을 높이 매달아 식물의 싱그러운 생명력을 강조합니다. 기둥 형상은 자연의 나무를 상기시키면서도 작가만의 연출을 통해 인공과 자연의 미묘한 접점에 자리합니다. 이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천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기둥을
둘러싼 이끼와 흙을 통해 자연의 내음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습니다. 김지은은 인공의 구조물에 순응하면서도
스스로 공간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성장하는 식물의 생명력을 통해 자연과의 공존의 의미, 생명의 귀함을
되새겨보는 길을 안내합니다.
휴식의 길, 임정주 작가는 나무 본연의 성질과 형태를
존중하는 다양한 목공예와 목가구, 설치 작품을 통해 자연의 결을 살리면서도 삶에 동화될 수 있는 오브제에
관해 탐구해왔습니다. 작가는 선과 형의 조화가 돋보이는 디자인적 심미성을 추구하면서도 나무 본연의 생장하는
과정을 거스르지 않으며 이를 창의적으로 수용하는 작업 태도를 지켜왔습니다. 또한 일상에서 잘 어우러지는
편안함과 따듯함을 위해 사용자의 쓰임과 실용성을 섬세하게 고심합니다. 임정주의 작업은 일상 구석구석
쓰이는 작은 공예 뿐 아니라 공간 속에서 호흡하는 다양한 대형 설치 작업까지 아우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꾸밈없지만 간결하면서도 강한 힘이 있는 선이 돋보이는 의자 작업과 곡선의 흐름이 돋보이는 나무 선반을 선보입니다.
특히 전시장에 자리한 의자 작품은 보는 이들이 누구나 앉아볼 수 있도록 연출하여 휴식과 회복의 기회를 제시합니다. 작가의 의자에 앉으면 마치 숲 속의 나무 뿌리에 걸터앉아 나무의 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직된 의자와 인공적인 선에 신체를 맞추지 않고 자연이 갖는 자유로운 곡선에 몸을
기대어 휴식과 명상을 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