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로생심 見爐生心, 화끈하게

견로생심 見爐生心, 화끈하게

2015.10.29 ~ 2015.11.29

전시소개

안현정(예술철학박사, 미술평론가)


견물생심(見物生心)이란 말이 있다. 타인의 것을 탐내는 마음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난 ‘예술품’이라면 갖고자 하는 ‘욕구’를 경계할 필요가 없다. 기능으로 쓰고 예술작품으로 소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견로생심(見爐生心), 화끈하게’展은 예술가의 손끝에서 피어난 기능성 있는 난로를 ‘예술품’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전시이다.

 

지금까지 난로는 대량생산시스템 속에서 디자이너의 수공예 감각이 배재된 채, 추운 날씨를 보완하기 위한 ‘한정적 기능품’으로 읽혀왔다. 그러나 스타일미학의 일품(一品 혹은 逸品)적 가치는 산업기술이 좇아올 수 없는 장인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공예는 주체의 가능성을 창조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매개체”라는 리자티(Howard Risatti)의 표현처럼, 기능성 앞에 자리한 유명장인(有名匠人: 이름을 걸고 작업하는 현대적 의미의 공예가)의 프로젝트는 새로이 호명돼야할 가치이다. 이번 전시는 삶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일상적 제품 가운데, ‘난로’를 대상으로 한 ‘예술 공예가’들의 가치해석에 주목하였다. 하나의 상품이 가지는 디자인의 가치(대량생산·일상성·기술성) 앞에 “열정의 실현, 공감의 수용(Realizing Passion, Embracing Empathy)”이라는 철학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일상을 향한 공예가들의 창작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작가들은 예술적 감각과 하이브리드 제품의 융합을 선보인 ‘보이는 난로’들을 탄생시켰다.


난로의 내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고경선(ko kyung seon)은 내열유리와 알루미늄을 활용한을 선보인다. 잘록한 허리를 가로지르는 대칭의 미감은 불의 자유로운 흐름을 안정감 있게 지탱함으로써 어느 공간에나 어울리는 감각 있는 예술품으로 표출된다. 공주석(kong joo seok)의 는 분출하는 화산의 이미지를 기하학적으로 계산된 낮은 큐브(Cube)와 여러 형태의 원형(圓形)으로 되살려 냄으로써 불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본체와 융합되도록 구성하였다. 김광태(kim kwang tae)는 난로의 바탕을 좇으면서도 금속의 손맛을 고스란히 드러낸 <金_화목난로>를 제작했다. 기구풍선을 연상시키는 외형의 모티브는 불이 상상의 공간 속에서 타오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난로의 시간을 빚은 김재윤(kim jae yoon)은 에서 오래전 기억을 되살리는 ‘구리빛 형상’을 작품화함으로써, 난로를 접한 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여행’을 선사한다. 김홍용(kim hong yong)은 원통형의 안정적 상층부와 미래지향적 메커니즘을 융합한 에서 난로의 혁신을 보여준다. 관념의 탈피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난로가 가진 기존이미지를 낯설게 보려는 시도이다. 윤석철(yoon seok chul)은 <음식의 즐거움(pleasure of the table)>을 통해 불과 나무가 어우러진 기능 이상의 난로를 선보인다. 미식(美食)을 강조한 테이블의 형상은 난로가 실내온도를 높이는 보조적 기능이라는 선입견에 서 벗어나게 한다. 만드는 즐거움을 강조한 전용일(jeon yong il)과 박주형(park ju hyung)은 공동 작업을 통해 ‘과정(process), 그 자체'를 작품에 담았다. 쓰는 이와 만드는 이는 결국 예술적 공감으로 연결되고, 이러한 공유의 형상은 자연을 닮은 유기적 형상으로 전이된다. 차경철(cha kyoung choul)의 <난로2015-1>는 불의 형상과 난로의 일체감이 안정감 있는 구도를 이루는 작품이다. 거미의 끈기와 인내를 연상시키는 형상을 만듦으로써 난로의 기능 그 이상을 상상케 한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움과 쓰임의 한계를 극복한 절충적 디자인을 통해 예술가 개인의 철학이 담긴 ‘난로의 재해석’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양한 수준에서 만족시키고, 디자인과 기능의 통섭(Consilience)적 가치를 개별화하는 방식을 창출하는 새로운 디자인 미학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소개

고경선Kyung Seon Ko
공주석Joo Seok Kong
김광태Kwangtae Kim
김재윤Jae Yoon Kim
김홍용Hong Yong Kim
윤석철Seok-chol Yoon
전용일,박주형Jeon Yong Il, Ju Hyung Park
차경철Kyoung Choul Cha

작품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