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al Jelly

Royal Jelly

2014.05.22 ~ 2014.07.13

전시소개

 하계훈 예술평론가

 

 

 로얄 젤리(royal jelly)는 꿀벌 유충의 성장을 위해 공급되는 꿀벌의 분비물이다. 동물 생태계의 섭리가 대부분 그러하듯 유충이나 유아가 섭취하는 물질에는 좋은 성분과 높은 영양이 포함되어 있다. 로얄 젤리라는 분비물은 젊은 일벌의 머리 부분에 있는 인두선(咽頭腺)에서 분비되며, 일벌이 될 애벌레를 포함한 모든 애벌레에게 영양이 풍부한 먹이로 제공된다. 말하자면 차세대를 육성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는 셈이다.

 

우리는 TV나 잡지 등을 통하여 이러한 애벌레들이 자라고 있는 육각형 방들이 밀집된 벌들의 서식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1965년 헝가리 수학자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러한 벌집의 구조는 종잇장처럼 얇은 막으로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다고 한다. 또한 계란 껍질의 구조도 확대해서 살펴보면 육각형을 단위로 조직되어 쉽게 깨지지 않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벌집의 형태에서 보이는 육각형이 확산되는 프랙털(fractal) 구조는 애벌레의 양육처럼 차세대 작가들의 육성이라는 의미와 연결해볼 수 있으며, 견고함과 안정성 등에 있어서는 그래핀(Graphene)이라는 물질의 속성과도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이 발견된다. 그래핀은 탄소원자가 육각형으로 결합해 벌집 형태를 이루는 화합물로 기초 전자소재를 대체할 차세대 신소재를 말한다.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화학에서 탄소 이중결합 형식을 띤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인 'ene'을 결합해 만들어진 이 용어는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의 안드레이 가임 교수와 연구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가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떼었다 붙이는 방법으로 세계 최초로 그래핀을 분리해내는데 성공하면서 만든 용어다. 그래핀은 실리콘으로는 더 이상 진척이 없던 반도체 정보 처리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뿐만 아니라, 고성능 태양전지 개발, 유기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결국 로얄 젤리가 포함된 벌집 형태의 육각형 공간 구조는 자양분과 견고성, 안정감 등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에서는 미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각자의 예술 세계를 다져오고 있는 7명의 작가가 함께 출품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전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일반적인 전시장에서 발견되는 사각형의 프레임이 유보되고 기본적으로 육각형 캔버스를 이용하여 작품을 구상한 이번 전시는 이런 의미에서 예술적 자양분의 공급과 차세대 예술가의 육성이라는 은유적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며 창작형식에 있어서도 르네상스 시대의 톤도(tondo) 형식이나 1960년대 뉴욕의 작가들에 의해 실험된 shaped canvas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네모난 화면을 고수하던 사고의 확장과 새로움을 환기시켜주는 측면이 읽힌다.

 

출품된 작품들을 굳이 장르별로 구분하여본다면 평면과 입체로 나눌 수 있고 다시 평면에서는 한국화와 서양화, 디자인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인위적 경계는 별로 의미가 없다. 작가 개개인의 수십 년간의 탐구와 모색의 관점이 반영된 작품들을 하나의 주제나 경향으로 묶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들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작품마다 고도의 사유와 집중,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의 조형작품이 드러나는 방식에 있어서의 체화된 노동의 세련된 손길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소개

작품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