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6 ~ 2013.08.11
전시소개
풍경이라는 소재이자 타이틀로 갤러리로얄이 기획한 'The Inner Landscape展‘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원기 교수와 ‘김현정’, ‘김희연’, ‘이만나’, ‘이호인’ 총 다섯 명의 작가가 모였다. 이들은 풍경이라는 하나의 테마를 갖고 자신만의 색채와 스타일을 넘나들며 작품을 구성 한다. 오랜 세월 전 풍경은 역사적 순간, 신화적 의미를 담는 그림 속 배경으로 존재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때로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과, 예찬이 풍경화로 표현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현대미술에서 풍경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이번 ‘The Inner Landscape展’은 풍경을 주제로 다섯 작가가 펼치는 그들만의 풍경과 사적인 경험 그리고 우리 내면의 울림을 느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설원기의
풍경은 작가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김현정’ 작품 속에서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한겹 한겹 레이어를 겹쳐가며
만드는 깊이감은, 일상 공간 속에서 순간적으로 느꼈던 그녀의 기억을 더듬는 행위와 같다. ‘김희연’은 산업화 이후에 버려진 도시의 공간과 대비되는 생명력 짙은 나무들의 모습을 그리며, 도시의 부자연스러운 맹점을 발견하고 재구성한다. ‘이만나’는 쉽게
지나쳤던 풍경에 다시금 매달려 실재 풍경 이면에 있는 공간의 감각과 내면을 은은히 표출한다. 마지막으로
‘이호인‘은 자신을 둘러싼 자연을 한발자국 멀리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며 풍경을 그린다.
풍경이란
더 이상 자연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 그것은 작가가 경험한 당시 대상의 재현이 되기도
하며, 순간적으로 대상과 교감하며 만들어내는 환영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아련하면서도 신비로운 감각들이 살아나서 그림 안에 녹아 들게 된다. ‘The Inner Landscape展’을 통해, 관람자는 삶 속 진실 된 풍경 안에서 우리가 놓친 이면의 시선을 찾게
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풍경을 새롭게 사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갤러리로얄
‘김현정’은 풍경 앞에 마주한 자신의 감각에 몰입하여 작품을 구성해 나간다. 한겹 한겹 덧칠해가며 쌓이는 작품의 깊이는, 작가가 순간에 느꼈던
대상의 물성을 보여주고 결국 그림 속 대상은 작가 자신의 감정처럼, 작품 안에서 실제 살아 숨쉬는 질감을
갖게 된다. 그것은 현실 풍경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실재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 장면은 작가가 마주한 진실한 순간이었고, 우리가 보지
못한 작가의 찰나의 순간이다. 마침내 우리는 작품을 바라보며 우리만의 지극히 사적인 풍경으로 소유하게
된다 /갤러리로얄
내가 그 감정에 몰입된 순간 보통의 풍경은 현실보다 더 생생한 장면으로 연출된다. …(중략) 나는 그 장면을 붙잡아 마치 원래 그런 것처럼 실재적으로
묘사한다. 그것은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디테일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결국 보고 그리는 행위는 내가 보고자 하는 방식대로 그리는 행위가 된다. 나는 대상을 나의
감정처럼 실재적인 것으로 재현하기 위해서 그것의 물질감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느끼는 실재의 상상적
질감을 그리는 것이다. …(중략) 그림이 그려질수록 감정
이입된 대상들이 화면 안에 실제와 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면은 나의 감정만큼이나
이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나에게 가장 진실한 순간을 드러낸다. < 김현정 작가노트 발췌 >
‘김희연’은 린넨 위에 아크릴을 사용해 풍경을
표현한다. 그림 속 풍경은 음울하지만 경쾌한 색감으로 대비적으로 표현된다. 숨 시리즈의 장애물을 딛고 자라는 나무와, 산업화 시대 흔적들의
건축 구조물들의 대비적 모습은 애처롭다. 작가의 풍경속 주인공 들은 우리가 쉽게 지나쳐 버린 삶속 풍경들이다. 작가는 그 장면에 눈길을 돌린다. 김희연 작가는 아름다움의 표상들로
구성된 풍경 대신, 외면하고 버려진 잊혀져 가는 것들을 풍경을 통해 사유한다./ 갤러리로얄
내가 바라본 장소는 때로는 공간감이 상실되고 구조적으로 불안한 곳으로 이는 화면에 재구성됐을 때 더욱 극대화된다. 본 것을 화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디테일이 사라진 기호화 된 구조는 단순히 낡은 것을 넘어 전체가 아닌 몇 가지
요소에만 국한해 주목한다. 그리하여 현실 속의 대상이 더욱 모호하고 불분명한 장소로 인식되어 너무나
익숙해서 특별히 관심 갖지 않았던 도시의 소외된 공간들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든다. < 김희연 작가노트 발췌 >
‘이만나’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속 장소에서 느낀 비일상적인 기운을 풍경으로 그린다. 작가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까지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다른 작품을 시작하지 않는다. 작가의 우직함과 오랜
성찰의 시간을 더해서 작품은 대상에 대한 본질을 담는다. 작가 내면의 감정이 투영 된 풍경은 실재 장소가
가진 이미지가 아닌, 작가 자신의 풍경이 된다. 그 풍경은
보는 이에게 ‘알 수 없는 파동’을 전달한다. 마침내 이만나의 풍경은 장소성이 사라진 삶의 고정적인
풍경에서, 우리에게 진한 떨림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준다. /갤러리로얄
돌이켜보면 내 작업의 거의 모든 대상들은
‘이미 거기에 있어왔던’ 것들이어서 오직 나에게만 특별한 ‘발견’이라고 명명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마치
이 비일상의 공간이 일상 곳곳에 숨겨져서 나와의 대면을 기다리고 있는 듯, 우연히 불쑥 마주치게 된다. 그 장소나 대상이 나에게 꽂혀서 특별해지면, 그 순간부터 그 공간은
나에게는 ‘더 이상 거기에 없는’ 곳이 되어버리고, 실재하는 장소의 맥락에서 벗어나버린다. < 이만나 작가노트
발췌 >
진부한 이야기지만 나는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해야 하며 어디로 가는지’ 를 탐구하는 것을 가장 가치 있는 일로 여긴다. 그러다 보니 다소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질문들에 연연하며 이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주어진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드러나는지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우리를 둘러싼 환경, 특히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게 만들었었는데 이것이 풍경을 다루는 계기가 되었다. 그 때 느꼈던 것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이질감이었다. 이 둘의 접점, 즉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나의 풍경을 통해 담고 싶었다. <이호인 인터뷰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