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5 ~ 2011.01.29
전시소개
우리가 느끼는 일상은 반복되는 하루 일과와 매일 지나치는 거리, 늘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습관적인 행동을 포함한 시간과 공간을 모두 포괄하고 있지만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에 드러난 일상이라고 하는 것은 신선한 자극을 주지 못하므로 간과해 버리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 김경민 작가는 여성작가 특유의 감각으로 삶 속에서 체험하고 있는 내용들 해학적이면서도 풍자적인 구성으로 많은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우리 동시대의 어떤 작가도 흉내 내기 힘든 탁월한 모델링 역량을 바탕으로 자신이 겪고 있는 삶의 내용들을 일기 쓰듯 쉽고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표현함으로써 주목 받고 있는 작가이다. 코믹한 연출과 자유자재로 변형하고 재구성하는 모델링 감각, 평범한 소재를 섬세하고 재치 있게 구성하는 상상력과 표현 능력, 극적이고 동적인 등장인물들, 회화에 필적한 만한 다채롭고 강렬한 색채, 치열하고 부단한 창작에너지 등이 이 시대 가장 주목 받는 조각가로 부상하게 만든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김경민의 근작에는 작은 눈과 큰 코, 넉넉한 입과 큰 테의 안경, 사선으로 내리 뻗은 길다란 말상을 한
마음씨 좋은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작은 선물 보따리를 양손과 팔에 휴대하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빨간 넥타이와 푸른 상의, 세로줄무늬의 바지에다 두툼한 구두를 신고
활달한 걸음으로 걷고 있다. 근작 속의 사람들은 야위었고, 팔과
다리는 금새 꺾일 듯 가냘프다. 현실 속의 사람 같지 않다. 분명히
어느 시사 풍자만화나 코믹 스트립에서 길고 가느다란 인간. 이른 바 스트립들로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외관상 특징이나 결점을 우습고 재미있게 과장한 풍자화의 주인공들이다. 확실히
캐리커쳐의 공간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 주인공은 과도한 부담을 짊어지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비틀리고 구부러진 모습이 역력하다. 남성 주인공의 파트너로서 핑크
빛 의상에다 길다란 검정 부스를 한, 아주 더 가냘픈 여성 주인공이 등장한다. 여성 주인공 역시 여리고 핏기 없는 긴 팔과 다리를 하고 있다.
이번 근작들은 첫 머리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일상적 삶의 진솔함을 보여준다. 인체의 볼륨을 크게 줄여 미소화된 인간상을 등장시킨다. 해학을 보다 더 밝은 쪽으로 경도시킨다. 브론즈에다 아크릴릭 컬러링을 하거나, F.R.P를 사용한 보다 진한 색채조각을 구사하는 게 눈에 띈다. 작가가 치열하게 모색해 온 양식과 형태가 팝 리얼리즘의 브랜드로서 모습을 한층 더 확연히 드러낸다. 말미에 추가해둘 건 김경민의 팝 리얼리즘이 갖는 현실적 배경이다. 작가는 일찍이 '땅 위에 삶을 세운다.'(1997년[노트])는 걸 모토로 삼아왔다. 그녀의 조각들은 그래서 얼굴을 밝은 하늘을 향해 치켜세운 건강한 얼굴로 경쾌하게 달리는 동태적 인간상을 형상화해왔다. 이러한 표정들은 소비사회의 물신들의 표정을 상기시킨다. 근작들의 인간상의 표정은 거대도시의 무게에 짓눌린 인간들의 왜소함으로 읽힌다. 일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읽힌다. 정신적 가치를 상실한 인간들이 물성적 가치에 의지해서 그날 그날을 연명하는 가벼운 존재들의 해학적인 미소함을 리얼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