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1 ~ 2010.12.04
전시소개
Ⅰ. 방정아,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삶에서 발견한 복잡미묘한 심리를 파헤치다.
일상에서 전개되는 인간의 모든 삶 방정아의 그림은
일관된 힘을 뼈처럼 지니고 있다. 여전히 그녀는 세상과 현실에 대해
'발언'한다. 따라서 그림은 단어이자 문장이고
결정적인 화면 하나로 자족한다. 이미지 하나, 한 장면으로
모든 것을 말해버리고 전달하는 압축과 '일러스트'적인 요약은
그림을 텍스트화 한다. 이 이야기그림은 초기부터 거의 변함없이 전개되며 이번 전시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이상하게 흐른다-근래에 우리 사회나 정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비판적 언급, 2. 어둠 속의 관세음보살-당대 현실에 대한 은유적 발언, 치유적 미술에 대한 시도,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는 작가상, 3. 작가 자신에 대한 관조적 시선을 드러내는, 다분히 자기성찰적인 그림으로 구성되며, 10월 21일부터 12월 4일까지 45일간 열린다.
Ⅱ. 이상하게 흐른다.
방정아에게 그림은 자신의 삶의 반경에서 걸려든 모든 것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기억해두고 다시 상기하며 반추하는 일이다. 그것은 결국 ‘사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과정에서 겪는 모든 것들이 그녀의 그림 안으로 호명된다. 치명적인 상처 같고 불에 데인 것 같은 것을 보고 난 자리에 떠도는 분노나 번뇌가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근래에 우리 사회나 정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작가로 하여금 더욱 그림을 그리게 한다.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도 방정아만의 힘이다. 방정아 작가는 요즘 사회 상황들이 뭔가 뒤죽박죽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고 종잡을 수 없다고 한다. 특히 4대강 사업 같은 경우는 도저히 용납하기 힘들다며, 이처럼 “모든 선들을 직선화, 단순화시키고 인간의 편의 중심으로만 작동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 비판,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Ⅲ. 최근작에서는 ‘관세음보살’이라는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 왜 ‘관세음보살’인가?
관세음보살은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불교의
보살을 뜻한다. 방정아 작가의 붓으로 태어나는 관세음 보살은 현대적 의미로 재탄생 되며, 어쩌면 이는 창녀의 이미지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의 고통을 이해하고 어루만져주는 중간자로서의 친근함을 의미한다. 세상의 고통을 좀 더 먼저, 많이, 미세하게 이해하는 관세음보살은 작가 자신, 예술가란 존재와 등치 된다. 화려하고 관능적인 옷차림에 화관과 영락을
걸치고 있는 관세음보살은 검은 강과 검은 땅 위에, 사창가에, 일상의
공간에, 도시에 출몰한다.
갖가지 재앙으로부터 중생을 구원한다는 이 보살을
작가는 예술가란 존재와 겹쳐낸다.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이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즉시 그
음성을 관하고 해탈시켜 준다는 관세음보살이란 존재가 오늘날 더욱 필요해서일 것이고 오늘날 예술이, 예술가들이
그런 아픔을 치유하고 보살피고 쓰다듬어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묻어있다. 그래서 관세음보살과 창녀와
작가 자신으로 오버랩 되어 등장하는 인물, 여성들은 한결같이 수인과 같은 손가락의 모양을 달리해서 등장한다. 물을 건져 올리거나 어딘가를 가리키거나 마음의 굴곡들을 섬세하게 지시하는, 내용과
형식을 균형 잡는 그 손가락의 자태가 그림을 상당히 신비스럽거나 수수께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장치는
이전 작업에 비해 좀더 두드러진다는 생각이고 그림의 우의성 역시 짙어지고 있다.
Ⅳ. 가벼운
이미지 속에서 무거운 주제를 버무려 내는 방정아의 회화
방정아의 작품들은 일상의 평범한 주변이야기를 쉬운 서술적 코드로 담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바라보는 관조의
시각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블랙코미디적 성격이 강하다. 일상에서 핀셋으로 뽑아낸 듯한 한 장면장면들은 흔한 일상의 표본들을 소재로 공간하거나 또는 포복절도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웃음을 참다보면 결국엔 작품에서 읽어내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울함이다. 방정아의 그림은 우리의 일상적이며 통속적인 삶의 풍속화인 동시에 일상 속에 잠복해 있는 소외와 모순, 그리고 한계 등의 서글픈 사실들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적나라가게 그려내는 블랙코미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