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8 ~ 2019.02.16
전시소개
2월 16일까지 전시가 연장되었습니다.
금은보화
金銀寶貨
일상에서 찾은 보물들
Opulence : Treasures of daily life
”창조는 무(無)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한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의지와 변형들로부터 비롯 된다.”고 하였다. 나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주로 박물관에서 출발해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시대에 대한 관찰로 이어지게 되었다. 나는 박물관 속 도자 유물들을 수없이 비축된 데이터의 저장고로 인식한다. 도자예술에 내재 된 수 많은 양식적 특징들을 부각시켜 현대적 방식으로 제시하기 위해 기술적 특징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을 참조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현대적 도자와 동시대 예술 형식의 대안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 나는 ‘실체 없는 시간적 개념인 동시대’를 원초적 매체인 도자기로 기록한다. 역사적 지표로써의 기능을 수행해 온 박물관 속 도자 유물을 참조하여 동시대적 유물이라는 형식을 만들어 내었다. 나의 작품과 이러한 예술실천 형식이 문화의 지평에서 논의 됨으로써 광의적 가치를 생산하고자 한다. 동시대 문화형태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나의 도자기가 창조적 과정에서 나온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더 나은 창조로 이어 질 수 있는 ‘항해의 장(場)’이자 포털(Portal)인 동시에 행위의 발생인(發生因)’이 되기를 바라며, 본 전시를 기반으로 표현언어로써 현대도자예술의 실재적인 변화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작가노트
니꼴라 부리요는 1990년대 초반 이후 많은 미술가들이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들 혹은 사용 가능한 문화적 생산물을 재해석하거나 재사용, 재전시하는 현상에 주목하였으며, 이는 정보화시대에 따라 전 세계의 문화가 급증하는 혼란에 반응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나아가 동시대 예술의 공통성을 찾기 위해 일련의 제작방식을 관찰하고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 변화와 관련된 실천 유형을 분석하여 이를 ‘포스트프로덕션 예술’이라 정의하였다. ‘포스트프로덕션’이란 시청각 어휘에서 나온 편집 기술용어이다. 그는 동시대 미술가들이 작품을 구성하는 방법과 주제 면에서 영상을 이어 붙이고 소리를 입히는 편집 방식과의 유사성을 비교함으로써 포스트프로덕션 예술을 설명하였다. 포스트프로덕션은 “인공물의 사용이라는 문제를 흔히 ‘차용(appropriation)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전략을 넘어 ‘창조(creation)’, ‘저자성(authorship)’, ‘독창성(originality)’과 같은 개념들을 깊이 있게 재검토” 한다.
나는 도자예술의 방대한 역사와 양식을 메타데이터(metadata)화하여 동시대 예술의 실천형식으로써 가능한 대안을 끊임없이 실험한다. 도자문화의 코드와 예술의 형식을 포착하고, 그것들이 작품 안에서 다시 기능 하도록 도예사(陶藝史) 속에 비축된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작업한다. 시간의 축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문화적 형식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러한 작업과정은 도자예술의 동시대적인 사용 방법에 대한 나의 실천형식이다.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도자기는 시간에 맞설 수 있는 태생적인 강인함과 보전성(保全性)으로 고대의 사회상을 현재의 시간까지 전하고 있다. 나는 도자기를 통해 과거가 현재로 전해오고 의미화 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듯 유물로 남겨진 도자기는 시간 및 지역에 대한 지표로 활용되며, 색과 형태, 문양 등을 통하여 당대의 사상과 유행 등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유물(遺物)’로서의 도자에 대한 나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현재의 환경과 미래에 남겨질 것들에 대한 연구로 확장되었으며, 시간의 흐름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문화적 형식들이 작업에 반영 되었다.
나의 도자기는 지역적 시대적 특성을 반영한다는 듯 진짜 혹은 가짜가 섞인 익숙하지만 출처를 확신할 수 없는 문양과 양식을 통해 대중의 인식적 틈새에 자리한다. 박물관에 전시 되는 유물들이 지나온 역사와 시간에 대한 증거가 되듯이 나의 도자기는 동시대의 문화지형을 반영하며 미래에 남겨질 유물과 같은 의미를 갖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미래 지향적’인 도자 유물을 제작한다는 것은 기존의 양식과 시간을 비틀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남의 것을 자기의 것으로 활용하는 의미에서의 ‘차용’은 니꼴라 부리요의 말대로 모더니즘 이후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표현 형식이 되었다. 나 역시 축적된 도자예술의 기술과 형식을 활용하여 ‘실체 없는’ 이 시간들을 기록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