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8 ~ 2019.04.13
전시소개
회화의 소재 및 주제에 있어 '사소한 것'이 '위대한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게 되면서, 사적인 경험에서 시작된 예술의 본질과 내재적 특성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선보이기 위한 전시로 기획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사건에서 출발한 네러티브를 개인의 내면화 양상에 주목하는 성장소설로 가정하고, 이러한 소설 속에서 화자가 어떻게 자신과 예술 그리고 사회를 사유하며 성장하는지 모색하려고 한다. 화자는 작품에 직접 대리인으로 등장하기도, 화면 밖 관찰자의 시점이 되기도 한다. 예술가가 개인의 네러티브를 공유하는 것은 결국 작가가 살고 있는 사회 전체와 깊이 연관되며, 이는 결국 보이지 않는 차원과 보이는 차원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현실과 그림 사이의 세계를 살고 있는 작가들의 고민을 통해 예술가의 사고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고, 각기 다른 시선을 통해 만들어 놓은 세계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고등어 작가는 본연의 감수성을 최적화하여 드러낼 수 있는 매체(연필)을 선택하여 최근작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자전적이고 서사적이고 문학적이다. 그녀의 출발은 작업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대면하고 마음을 살피고 치유하려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의 범위는 바깥으로 향한다. 자신을 둘러싼 개인적이고도 사회적 사건들, 타인과의 관계와 거기에서 기인하는 불안한 감정,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불평등의 구조, 불합리, 일상의 시간 속에 희석된 개인의 기억, 억압된 정서 등을 신체에 빗대어 드러내고 있다.
박형진 작가는 우연히 접한 혹은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을 기민하게 관찰한다. 그리고 관찰하는 과정의 경험을 감정을 절제한 상태에서 촘촘한 붓질로 기록한다. 도심 한 가운데 공사가 잠시 중단된 듯한 방치된 땅은 허름한 가림막으로 안과 밖을 가르고, 그렇게 구획되어진 공간을 수직적으로 내려다보며 소멸과 생성이 반복되는 개발과정을 목도하며 느낀 모순된 감정을 기록한다. 땅 위에 남겨진 자본의 흔적을 제시하는 작가의 낯선 풍경에는 당혹함이 녹아있다. 이중적 속성과 인식이 공존하는 지점을 모색하며, 공간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최수진 작가의 작업은 회화에 대한 고민과 성찰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이 시대의 예술가들이 고민해 봄직한 회화의 의미,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적 인식, 표현의 과정을 작품을 통해 가시화 시킨다. 프레임 형식을 취한 화면에 각자의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색을 만들고 반죽하고 치대고 있는데, 어쩌면 이것은 본능적으로 눈 앞의 대상을 색으로 인식하고 이미지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담은 작가의 초상이기도 하다. 상황과 장면의 기억속에서 색을 입히는 작업은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의 꼬리를 물면서 연이어지는 이야기로 빠져들게 만든다.